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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번 유전자변이 테마공모에 대해서
      테서스 추천 3/2021.09.09
      ㅈㅇㄹ가 테마 공모전 카드를 빼들었네요.

      공모전 상금 규모나 테마 선정 방식에 대해 타 사이트(주로 ㄴㅂㅍㅇ)와 비교하는 건 생략하겠습니다. 두 사이트 다 연재하시는 작가님들도 많으시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죠.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대한민국 SF의 확장성과 방향성] 입니다.

      뭐 제 작품 홍보할 의도는 아닙니다만, 제가 ㅈㅇㄹ에 처음 연재한 작품 부제가 '진화1'입니다. 설명충 습성이 강하고 전체관람가에 기타등등 사정이 겹쳐서 사뿐히 묻혔지만, 이번 테마공모에 나오는 '유전자변이 SF' 컨셉은 들어 있죠.

      오래 전에는 SF독자였고 초기에 SF작가를 꿈꿨으며 지금도 19야스 중간중간에 SF요소를 약간씩 반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번 테마공모를 보면...

      "대한민국 SF, 아직 겉멋 못 뺐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웹소설 말고 전체 문화콘텐츠로 보면 대한민국은 나름 SF 장르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소비자는 많아요. 자체 공급이 적고 내용도 글로벌 콘텐츠 공급 수준에 비해 빈약할 뿐.

      대한민국의 토종 SF콘텐츠를 사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용이 부실하면 사뿐히 버려 줘야 합니다. 어차피 미래 과학을 상상하는 게 주요 테마인데 거기에 국뽕 애국심 첨가하면 우습죠.

      결국 콘텐츠의 풍부함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SF는 여러 영역에서 두루두루 밀립니다. 웹소설, 영화, 애니 다 밀리는 편입니다.

      이렇게 밀리는 원인은 여러 가지겠죠. 일단 SF장르 자체가 어느 정도의 과학지식은 필요한데, 글로벌 레벨의 SF작가들 중 상당수는 본인이 뛰어난 과학자였고(아이작 아시모프, 칼 세이건 등등) 그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도 전문가 급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지식기반에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을 더하는 거구요.


      국내 SF는... 글쎄요, 제가 많이 읽은 건 아닙니다만 영화/드라마로 제작되거나 어디 언론에 소개되는 걸 보면 '무리하게 철학 때려넣는다'는 느낌입니다. 이미 외국 장르에서 다뤘던 설정을 끌고 들어와서 목에 힘 뽷 주고 철학적 질문을 덧씌워 멋있게 보일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적인 느낌?

      안 좋게 말하면, 지식도 부족한데 거기에 덧씌우는 철학적 깊이도 얕습니다. 남들 다 아는 뻔한 얘기 가져와서 괜히 아는 척 하는 것 같아요. 복제인간도 인권이 있느냐 같은 진부한 주제를 마치 새로운 것인 양 포장해서 무게잡으면 솔직히 하품 나오죠.

      (복제인간 논의가 나온 건 이미 쌍팔년도 이전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복제생물 논쟁을 처음 접한 게 1985년이었어요. 36년 됐네요.)


      얘기하자면 길지만 이만 줄이고. ㅈㅇㄹ 유전자변이 테마공모를 봅시다.

      유전자변이, 진화, 새로운 생물. 딱 봐도 X맨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마블과 DC가 한 세기 가까이 대결하면서 발전시켜 온 그래픽노블 장르에 대부분 녹아들어 있죠.

      이 장르를 테마로 내세우면서 '19금 배제'를 내걸었습니다. 전체관람가(실제로는 12~15세 관람가) 작품을 써야 한다는 거죠.

      이게 한국적 SF 풍토에서 먹힐까요?


      유전공학, 로봇공학, AI, 언캐니 밸리 극복, 인간 대체 생물 내지 로봇, 새로운 종족으로서의 인간.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다 동일합니다. 공상과학이든 실제 과학이든 다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움직여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일부라도 충족하는 것]. 그것이 목표입니다.

      이 목표에 동의하신다면, SF작가 지망생의 선택 옵션은 둘 중 하나겠죠.

      (1) 이미 다른 나라에서 많이 우려먹은 SF주제를 가지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철학적 심오함을 담겠다.'라고 무게잡는 한국적 SF의 길을 따르느냐

      (2) 이미 많이 우려먹은 주제를 깊이 다뤄 봐야 병림픽일 뿐이니 차라리 욕망을 더 확대시켜 19금으로 나가느냐

      저는 '19금 SF'를 택했습니다. 여전히 설명충 습관이 남아 있고 그게 빠른 전개를 원하시는 19금 독자님들과 안 맞긴 하지만, 뭐 있어 보이려는 듯 철학 스킨 입히는 SF는 피하려 하고 최대한 가볍게 욕망 실현용 SF를 다루려고 합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 신체를 튜닝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전체관람가 SF는 얼굴만 예뻐지는 걸로 할 것이고 / 19금 SF는 얼굴 아래까지 다 개조할 겁니다. 천연 전신 성형수술! 붕가붕가 씬은 기본으로 따라와야겠죠.)


      그리고, ㅈㅇㄹ는 (1)번을 원하네요. 유전자변이 주제로 전체관람가 소설을 공모한답니다. 그 결과가 'X맨'일지 / 카프카의 '변신'일지 / 이미 리메이크 진행된 명작 '혹성탈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모르죠. 누구도 예상 못했던 천재가 나타나 기존에 수없이 우려먹었던 방향과 완전히 다르게 새로운 유전자변이 SF를 쓸 수도 있습니다. 혹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뭐, 저는 기존에 쓰던 19금 유전자변이 SF 완성해야겠습니다. 이번 테마공모전은 패스.


      재고 비축 중이던 주제로 공모전 배너가 떠서 기대했다가 전체관람가 제한 보고 급 실망한 1인이 주저리주저리 읊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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