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베스트

      자유게시판

      홈 > 커뮤니티 >
      원작을 뛰어넘는 재창작
      테서스 추천 3/2021.09.13

      '패러디는 무료'라는 게 거의 확고한 규칙으로 굳어진 것 같은데, 패러디 대상 원작이 아주 오래됐으면 꼭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작권 보호 대상이 '작가 사후 70년'이니 그보다 더 오래된 작품이면 패러디 해도 상관없죠.

      실제로 많은 작품들(영화, 애니 포함)이 고전명작 재구성(리메이크)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디즈니의 여러 명작들이 그러하고, 우리 나라에서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덕이' 같은 작품이나 전우치전을 각색한 '전우치' 등등이 나왔었죠.

      보통 저작권 살아 있는 작품을 기반으로 하면 패러디 / 저작권 보호 범위를 뛰어넘은 작품을 변형하거나 자기 저작물을 다시 변형하면 리메이크 등으로 부르는데요. 일단 저는 '재창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재창작물 중 몇몇은 원작을 뛰어넘은 작품성을 보여 줍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기준에서 '원작 이상의 재창작물'은 다음 2개입니다.

      1. 방자전

      -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김주혁 씨가 방자 역할을 맡은 작품입니다. 원작 춘향전에 몇 줄 나오는 나레이션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확대해 탁월한 시대극을 만들었습니다.

      춘향전 원작은 주로 아동용으로 나오면서 조금씩 버전이 다른데요. 제가 어릴 때(대략 `80년대...) 봤던 버전에서는 [방자가 이몽룡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싸움 잘하고 암기력 좋고 응용력 좋고 담배도 잘 말고 체격 좋고 잘생겼죠. 초반 나레이션만 보면 방자가 주인공이고 이몽룡은 쩌리입니다.

      어릴 때 이 설명 읽고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네요. 왜 이몽룡이 주인공인데 그 하인(노비 내지 노예)이 더 뛰어날까? TV에 나오는 주인공은 항상 그 이야기에서 제일 잘생기고 잘 싸워야 정상인데 이건 너무 이상해. 라고 생각했었죠.

      방자전 시나리오를 쓴 작가님은 이 부분을 정확히 보고 재창작했습니다. [진짜 주인공 방자 맞아. 몽룡은 쩌리.]라는 이야기를 완성한 겁니다.

      춘향전 옛날 버전을 읽은 사람이 많고 '방자 킹왕짱' 부분 읽으면서 의문 가진 사람도 많았을 텐데, 그 중에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히트시킨 사람은 단1명. 시나리오 작가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단한 일 하셨습니다.


      2. 라푼젤(디즈니 원작 제목 Tangled)

      - 원작 라푼젤은 좀 밋밋한 이야기죠. 임신한 아내를 위해 양상추(라푼젤)을 훔쳤는데 그것 때문에 마녀한테 갓난아기 바치는 이야기. 그 아기가 머리길이 20미터로 자라고 남자 만나 도망갔다가 남자는 가시에 찔려 눈 멀고 여자는 다시 잡혀 오고 어찌어찌 하다가 마녀 죽이고 해피엔딩.

      디즈니의 시나리오 작가 중 누군가는 이 밋밋한 시나리오에 추가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일단 머리카락이 20미터로 자라는 것 자체가 뭔가 마법 설정이 필요하긴 하죠. 그런 마법 머리카락이면 당연히 마법 능력이 있어야 할 거구요.

      영원한 젊음을 보장해 주는 황금꽃, 그 황금꽃의 힘을 받은 황금 머리카락. 이 설정 하나로 밋밋했던 라푼젤이 다시 태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마녀가 갓난아기를 데려가는 이유'가 명확해졌고, 탑에 가둬 놓고 세상 못 보게 하는 이유도 정해졌으며, 머리카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자라는 (그러면서 안 씻어도 되는) 이유도 설명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뛰어난 재창작은 '방자전'과 '라푼젤' 정도인 것 같네요.

      원작 이상의 재창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으로 또 뭐가 있을까요?

      글 쓰는 게 살짝 힘들어지는 월요일, 잡생각 하면서 시간 때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월급 나오는 게 다행;;

      조회수 : 412|추천 3 추천

      다음글 브라키오 작가님 콜로소에서 1:1 첨삭에 계약 기회까지 준다네요 ㅡO0Oㅡ 2021.09.13
      이전글 글 올렸다 헤샷 2021.09.13

      코멘트의 코멘트가 있습니다.

      close